오늘 마지막 출근을 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인수인계를 하느라 조금 더 바빴을 뿐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보통의 하루였습니다.
임용고시를 통과한 정교사가 사직을 하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어요.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교대 졸업장으로 할 수 있는 뾰족한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마음이 바뀌어 복직을 하려면 임용고시를 다시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그런 모험을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특히 말 잘 듣는 교사들이라면 더욱요.
나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만한 직업이 또 있을까? 내가 다른 일을 한다면 뭘 할 수 있을까?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결국 사직이었습니다. 학교를 떠나 후회하는 것도 무섭지만, 그게 무서워 학교에 평생 갇혀 있는 삶은 더 무서웠습니다. 그렇다면 떠나는 게 맞겠죠. 오히려 결심을 하고 나니 모든 게 선명해집니다.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부모님과의 대화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빠는 직장 생활을 하는 평생 동안 가슴 한편에 '내 일'을 하는 꿈을 꾸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고. 그러니 젊고 자유로운 나는 무엇이든 새로 도전해도 된다고,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차분하고 진지하게 말해주셨습니다. 서른이나 된 나를 애기라고 하셨어요. 아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아주 커다란 위로와 용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내 앞에 펼쳐질 모든 고난과 역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기꺼이 하면서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옳은 선택을 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앞으로 우여곡절이 있을 때마다 아이들과 쌓은 예쁜 추억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면서 힘을 내어 보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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